호빗:뜻밖의 여정 보고 왔다. by 고가

7시 조조를 보느라 토요일 아침에 6시에 일어나서 보러갔다. 내 주말 늦잠을 희생하면서까지 간 건, '어차피 언젠가는 보러 갈텐데' 얼른 보고 오자는 거였는데 생각보다 만족해서 잘 봤다 싶다.

두서없는 감상. 스포일러가 아무렇지도 않게 뿌려져 있을 가능성 높음.

1. 빌보. 마틴 프리먼 배역이 시각적으로는 참 잘 어울린다 싶었는데 역시 어울림. 단 루시 리우 발언 같은 걸 보고 나니 배우에 대한 애정이 뭐 그렇게 끓어오르거나 할 정도로는 아니었다. 그래도 빌보 캐릭터는 좋았다. 특히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이 젤 귀여움.

2. 갠달프. 많이 힘들어보이셨음. 반지 때보다 더 나이 들고 힘겨워하는 듯 보이는 게 좀 눈에 보일 정도. 하지만 여전히 파티에서 최강자다. 액션도 여전하시고 카리스마도 어디 간 건 아님. 그나저나, 갠달프 없었으면 난쟁이 일행은 오늘 본 1편에서만도 3번은 죽었겠다.(트롤-오크-고블린 트리) 계속 이런 전개일까 궁금하다.

3. 갈라드리엘과 엘론드는 뭐, 여전히 좋았고 린디르와 스란두일 미모도 볼 만했다. 다들 레골라스 너보다는 니 아빠가 더 좋다는 팬들의 환호성이 이해가 갈만한 비주얼. 단 스란두일은 대사 한 마디 없었던 것 같은데 참 약오르게 얄미워 보인게, 동생은 드워프들한테 감정 이입해버렸음. 엘프들이랑 왜 사이가 안 좋은지 알만하다며. 엘론드는 호빗에 분명히 나오지만 갈라드리엘은 안 나올텐데. 사루만이 호빗에 나오던가?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그것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4. 소린과 킬리도 무슨 드워프인지 엘프인지 구별이 안 감. 특히 소린 멋있다. 목소리가 저음으로 떵떵 울리는 게 완전 취향에 직격으로 꽂혀서 영화 감상 내내 즐거웠음. 사운드 빵빵한데에서 한 번 더 봐도 좋을 것 같다. 본래 남자 배우들 외모보다는 목소리에 꽂히는 스타일이라 앞으로 팬질할지도 모르...겠는게 아니라 난 음향쪽으로 덕질하기엔 집에서 즐길만한 장치가 없구나. 그냥 영화관이나 가야겠다.

5. 나무에 올라간 드워프들 보고 머리 속 내내 '나무에 난쟁이가 열렸어요' 이런 문구밖에 안 떠오른 4차원.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다. 워그들이 달려드는데 흔들면 난쟁이가 떨어지겠지...밤송이? 이런 생각밖에 안 들어서 곤란했음. 영화가 길다보니 어떻게 된 모양이다.


6. 영화가 길고 늘어진다고 하는데, 사실 영화 전개에는 별 불만이 없었다. 이건 피터 잭슨의 덕질에 불과할 뿐. 덕에 의한 덕들을 위한 영화 맞구먼. 디테일 보면 정말 하나하나 다 살아있어서 두 시간 넘게 눈이 호강을 해버렸다. 특히 골룸과 수수께끼 장면을 매우 감명깊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매우 긴 시간동안 아웅다웅하는 거 보고 난 즐거웠지만 너무 길고 지루하다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삼세판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마지막에 빌보가 거짓말 내지는 반칙을 하는 게 호빗에서 반지원정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복선이기 때문이다. 빌보는 도둑도 아니고 거짓말을 하는 캐릭터도 아닌데도 반지를 주웠으면서도 골룸에게 끝까지 숨기는 게 반지의 유혹에 넘어가버린-내지는 반지한테 선택당했다는 증거인데 뭘. 단 고블린들은 기억에 전혀 없는 걸 보아 재미없게 봤거나 영화에서 비중을 너무 늘린 듯. 그리고 3부작은 너무 길다. 2부작이면 딱일텐데. 아마존에서 서지정보 뒤져봐도 300쪽 좀 넘는 책을 3부작으로 만들면 한 번에 100쪽씩만 만들려고? 하아.


7. 집에 와서 반지제왕 예문판 3권 부록에 나온 걸 보면 얘네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다 나와있었다. 자세한 건 동생이 파고 있었지만, 호빗책은 사놓은 게 없어서 아마존 뒤져보니 킨들 버전은 이쪽 지역에 판매을 안 한다. 왜지? 반지제왕 3부작도 킨들 버전으로 질러놨는데 왜 갑자기 내렸을까. 진작에 지르길 정말 잘했다. 호빗도 그 때 팔았을 텐데 사놓을 걸 후회 막심. 덕질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호빗은 아동용 축약본으로 밖에 번역이 안 나오고 반지는 에이스판 중역본 밖에 없었을 때 이미 다 읽어서 나중에 안 사놨더니 이 꼴.
복습은 반지제왕으로 해야 하나... 흠. 참 자막은 좀 맘에 드는 부분이 있었다. 참나무방패 소린이라던가.
전부 고유명사를 썼으면 화냈을 건데. 요즘 영화 자막이나 제목 수준에 비하면 이 정도면 양반. 그게 아니라면 '호빗:언익스펙티드 저니' 라고 영화관에 올렸겠지 싶다.



덧글

  • 남선북마 2012/12/15 17:53 #

    오늘 반지원정대 다시보니 피터잭슨의 덕질에 감탄하겠더군요. 빌보가 트롤3형제 물리쳤다고 뻥치는 부분이라던가.. 간달프가 나방으로 독수리 부른다던가.. 프로도 일행이 휴식하는 곳에 돌로 된 트롤3형제.. 다시보니 재미가 쏠쏠합니다..
  • 고가 2012/12/16 10:55 #

    돌트롤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반지제왕 1편에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기억이 잘 안나서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어제 보니 케이블에서는 반지 제왕 3부작을 다사 틀어주고 있는데..DVD 정주행 해야겠습니다.^^
  • 라히오 2012/12/16 07:09 #

    저도요!! 저도 그 생각 했습니다! ;ㅂ;
    소나무에 난쟁이가 주렁주렁 열렸네…!;;;
    ;ㅂ; 막 너무 귀여웠어요;;;;; 저 나무 쓰러지면 난쟁이가 우수수수 우두두두두… ;ㅂ;
  • 고가 2012/12/16 10:58 #

    와르그한테 흔들어서 털라고 하는 아조그. 난쟁이 열매를 따야겠다며..^^;;; 하여간 재미있었습니다. 그 장면 이어서 과이히르 일행은 대사를 왜 안넣어주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잠깐 책 복습할 때보니 비행중에 꼬집/꽉 잡으면 떨어뜨려버린다고 협박도 하고 작별인사도 다 하고 하던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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