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livion, 2013 by 고가


가족들 중 아무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어서 주말에 혼자서 훌쩍 보고왔다.

포스터 같은게 괜시리 맘에 들고 SF 영화라니까 보러갔지만....
보기로 결심한 영화 보기 전에는 리뷰 같은 거 일부러 안 보는데 이건 워낙 줄거리가 별볼일 없단 얘기를 언뜻 - 안 볼 수가 없어서 그닥 기대는 안 하고 갔는데... 역시나.

일단 '트론 레거시' 감독이라는 거에서 기대 점수는 당연히 깎아먹고 들어갔다. 트론 그 바보같은 영화를 영화관에서 3D로 보느라 고생한 것도 있었고, 뻔한 얘기에다가 상상력이라고는 눈꼽만치도 못 더하는 스토리 전개도 알고 갔으니까 무조건 비주얼에는 만족. 트론에서 미술담당들이 뼈빠지게 만들었을 화면들은 정말 맘에 들었기 때문에 오블리비온도 화면 구경하러 간 거였음.


동네 영화관 갔더니 생각보다 화면이 작아서 좀 그랬지만 보기에는 좋았다.

하지만 이 감독 뭔가 문제가 있다. 일단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그럭저럭 지루하게 할 말 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단조롭고, 이야기 전달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배우들이 그나마 없는 감정 끌어내서 연기하는데 워낙들 열심히 잘해서 볼만했지만, 감정이입을 할수가 없다고.
트론에서도 그러더니.

그런 면에서 가장 괜찮았던 건 비카 올슨.
처음 보는 여배우였는데(필모그래피 찾아봐도 처음 보는 게 맞음) 여주인공이 맞다. 전체적인 분위기에 깔끔하게 어울리는 것도 맘에 들고. 어울린다는 면에서는 맘에 들지만... 그 쪽은 감정 연기를 다 하고 있어서 괜찮았다. 오히려 쿠릴렌코(줄리아)가 이상했지. 전부터 생각하는 거지만 쿠릴렌코는 보기에는 근사해 모델같지만 그닥 배우같다는 느낌은 안 든다.

톰 크루즈는 이제 영화에서 나오면 톰 크루즈로밖에 안보이는 단점이 있다.

연기나 역할이나 처음에는 좀 불만이었지만 나중에는 잘 어울려서 그것도 뭐... 특히 클론 부분이 맘에 들었다. 이왕이면 한 화면에 움직이는 톰 크루즈가 잔뜩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모건 프리먼도 왠지 까메오 출연처럼 보이는 킹슬레이어도 다 괜찮았다. 비중없이 공기처럼 사라져버린 엑스트라들은 그야말로 사라져버린 것에 대해서는 유감. 감독 연출이 그야말로 엑스트라는 소비한다는 느낌이어서.

좋았던 것들.

첫번째 화면 두번째 화면 이러면 안되겠지...

가장 맘에 들었던 씬은 도서관 액션(?) 장면. 일단 도서관이라는 게 맘에 들고, 유일한 도시탐험 분위기라 맘에 들고, 적당한 호러 분위기 맘에 들고. 지나치게 액션게임 같았지만 그건 생략.

그 다음은 귀여운 드론들.

마지막으로는... 음.... 없네?





맘에 안들었던 것들.

영화 끝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는데 같이 내려오던 다른 관객이 불평하는 걸 들었다. '영화가 구멍이 너무 많아..'

많습니다. 매우.
영화 끝나고 나니까 궁금한 게 리스트로 작성해도 한 장은 나오겠더라...

일단 가장 문제가, 영화에서 반전이 되는 설명이라던가 그동안 있었던 일의 진상 같은 걸 다른 배우들 대사 몇 마디로 때우는 안이함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 설정 문제라면 오딧세이호. 대체 뭐냐 그게. 하늘에서 떨어지다니. Flight Record가 그런 식으로 멀쩡하게 거기에 있어야 했나?

그리고 솔직히 톰 크루즈가 우주비행사라는 것도 나한테는 반전이었다. 과거 회상씬에서는 그냥 평범한 동네 청년(중년?)으로 보이더만. 별로 관객들이 납득할 만한 당위성이 없는게 과거회상에서 연애질만 하고 있으니 뭐 다른 걸 알 수가 있나.

사실 불평하려고 몇 달만에 타자질을 하긴 했지만, DVD가 나오면 살지도 모르겠다. 화면만 멍하니 보는 게 좋은 영화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