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다섯 군대 전투 by 고가

개봉날짜만 기다리다가 예매를 하려고 보니 개봉날 일정이 잘 안될 것 같았지만 어찌어찌 강행군 해서 어제 저녁에 봤다.
작년 스마우그는 동네에서 HFR을 상영해줘서 좋았는데 올해는 가까운 곳에서 안해서 그냥 2D.
굳이 3D로 보는 걸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서 상관은 없지만, HFR은 새로운 경험이라 보는 재미가 있어서 나중에 찾아가서 볼 생각이다.



두서없는 소감들.

1. 본격 소린 꼬장이 시작되어 난쟁이들이 모여서 에레보르에서 농성하는 건 꽤 재미있었음. 옷들을 현란하게 갈아입는 장면들이 좀 나오는데, 결국 풀세트로 갑옷 장착하고 뛰어나가진 않더라. 그나저나 하룻밤새에 그만한 돌들을 쌓아올린 것에 감탄했다...

2. 바르드가 스마우그 원샷원킬한 것은 아주 흡족했다. 극장 가서 간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후 다섯 군대 전투는 괜찮았으나 그냥 괜찮았음.

3. 빌보가 매우 귀여움. 마틴 프리먼은 호빗에 빙의한 것 같다. 사실 프로도를 보면서 음 이쁘군.... 이렇게 생각한 적은 있지만 빌보는 진짜 호빗이 있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 

4. 전편과 연결성이 너무한... 너무 연결된다. 호빗 이야기 자체가 반지제왕처럼 여러 시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빌보가 모험을 떠나서 쭈욱 겪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가, 이번 편은 정말 앞편 바로 뒤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에 해당하고, 그런 주제에 엔딩까지 보고 나니까 찜찜해!

5. 찜찜한 이유는 아무래도 후일담을 모조리 잘라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 무쇠발 데인은 에레보르에서 난쟁이들을 통치하고, 스란두일이 다시 돌아가서 왕국을 통치하는 일이라던가, 잠깐 그 목걸이는 돌려받긴 했냐고. 그것도 그렇고 에레보르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요지라면서 앙마르까지 보여주고 그냥 영화는 에이 끝 이러면 도대체 전쟁은 왜 했는지 좀, 엔딩 좀 넣어주세요. 아조그가 보스이니 잡고 끝난다는 건 사실 원작에도 없는 건데.
이건 DVD(...블루레이 사고 싶다) 확장판 사라는 이야기 밖에 안되는 거 아닌감.
 
물론 살거지만, 3부작 확장판 세트로 팔때까지 기다릴거거든요. 내가 다신 따로 사나 봐라.

그나저나 빌보가 돌아갔을 때 백엔드가 탈탈 털려있는 장면은 좋았다. 백엔드를 뭐라고 번역했더라....너무 옛날 판본을 정독해서 새 번역은 머리에 잘 안 들어온다.

6. 원작에 꽤나 충실하다. 하지만 원작에 나오지 않는 타우리엘과 킬리 연애질 같은 건 자체 뇌내검열로 간신히 머리속에서 삭제했다. 
피터 잭슨이 그 둘 연애장면만 자른 판으로 호빗을 내놓으면 더 잘 팔리지 않을까 고민 좀 해봤으면 좋겠다. 타우리엘과 스란두일이 대화하는 장면은 주제가 연애질이란 것만 빼면 물론 매우 맘에 들었다. 둘다 아주 그냥 반짝반짝. 연애를 빼면 스란두일 분량이 줄어서 그건 안되려나.

7. 자막은 맘에 들었다. 간략하게 줄였지만 뜻은 다 전달하고 있는데 그런 자막은 오랫만에 본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자막은 그 자체로 굉장한 수수께끼였지.

8. 중간에 필리 킬리 보푸르와 누가 남았더라? 넷이서 에레보르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롱샷에서, 다들 키가 너무 컸다. 특히 킬리. 날씬하고 키가 커서 비율이 좋았다. 인물이 작게 나온다고 굳이 그래픽 처리를 안한 모양.

 
웹 검색하다 찾았지만 절대 등장하지 않는 장면.

9. 영화 막바지에 이르러서 찜찜함이 계속되며 난 책을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동생은 반지제왕 영화를 봐야겠다고 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덕질을 부추기는 교묘한 편집일지도 모른다. 어김없이 걸려든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