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의 전설 아니 레전드 오브 타잔(2016) by 고가


근래 영화를 몇 개 보고 왔지만, 키보드를 두드릴 생각까지 나게 만드는 건 별로 없었는데 이건 뭔가 써야 할 것 같은 영화여서 블로그에 왔다. 내가 어제 본게 영화인지 영화 만들다가 나온 총체적 재앙 혹은 난국이 스크린에 뜬 건지 구별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 이건 낭비다. 내가 크리스토프 발츠 아저씨 보고싶다고 수원까지 찾아가서 영화를 봤었는데, 스펙터에서도 영화는 별로였지만 발츠는 멋졌는데, 여기서도 악당이긴 한데 너무나 심심하다. 개성이나 연기가 딱히 부족하다기 보단 그냥 내용상 문제가 있다. 악당의 음모랄까, 계략을 알아내는 건 주인공 일행이 알아서 하고 시종일관 제인이나 괴롭히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보여줄게 그거 밖에 없다니. 더군다나 악당의 최후가 그게 뭐야 그게!!!

열받아서 열받았다는 사실을 안 쓸 수가 없다. 그 어이없는 연출과 최후와 폭발 장면 전부 그냥 재앙같다. 어딘지 모를 애매모호한 위치에서, 그것도 어딘가 발코니 같은데에서 기관총 쏴대던 사무엘 잭슨도 보트가 폭발할 때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해 몸을 숙이는 어설픈 장면이 있는데, 가장 부두 가까이에 있던 제인은 매끈하게 반짝거리면서 꿋꿋하게 서있는 그런 연출과, 그 뒤에 이어지는 흑인 전사들의 절벽 병풍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걸 보면

이건 그냥 편집의 재앙이다. 그냥 미쳤어. 대한늬우스 시절 선전물도 저거보단 더 세련되었다. 그냥 무의미하다.
내가 영화보면서 화면만 근사하면 다 용서하니까 편집까지는 뭐 이해할 만 하면 다 이해할 수 있는데, 저건 아니다. 인셉션도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리들리 스콧 감독 편집이 산만하다고 해도 다 이해할 만하고 괜찮던데. 타잔은 안괜찮다.

두번째.
사실 정글북 보러갈 때 거기에 타잔이 나오는 걸로 착각하고 갔더랬다.

얼굴이 너무 닮아서 이번에 나온 타잔도 디즈니 것인 줄 알고 그만.

근데 워너브라더스 영화였고, 영화는 정말 비주얼로 참고 봐주기엔 재미없었지만 비주얼은 참고 봐줄 수 있었다. 남주와 여주 커플이 너무 보기 좋다.

그런 면에서는 눈호강 했다 치고 잘 봤다. 눈호강, 눈호강. 영화에서 후반부를 다 잘라버리면 괜찮을 듯.

세번째. 사전정보 없이 걍 보러 갔기 때문에 퓨리 국장님이 나오시는 줄은 몰랐지. 좋았다.

역시 좋은데, 역시나 영화에서 타잔이 엮이게 된 발단을 제공하는 것 치고는,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으면 끝도 창대하던가, 기도 저도 아닌......  그러고 보니 이 족장님 영화상에서 죽긴 했던가? 엔딩엔 안 나왔던 것 같지만 그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지 어쨌는데 세상에 기억도 안 난다. 그만큼 비중이 날아가버렸음.


근데 이 장면에서 '그 어린아이가 그걸 어떻게 알았겠는가, 어떤 명예를 걸고 그 아이가 죽어야 했는가(우리 말 자막은 기억 안나고 영어 해석도 안되는 이 머리란)'고 절규할 때 타잔이 'I had none, I had none.'(짧은 문장이라 기억나)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은 인상깊었다. 그냥 타잔이 복수심에 그 아들을 공격하고 엉겁결에 의도치 않은 살인을 했다는 뜻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휴, 이 영화도 그런 honor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구.

네번째로 젤 열받았던 것. 절벽에 정말 그림같은 병풍으로 서 있었던 아프리카 전사들. 위 장면에 있던 음봉가 추장의 전사들과, 그 제인 친구 와심부와 쿠바족 전사들이 서 있는 장면을 집중해서 두 장면으로 따로따로 우어우어 하는 장면을 클로즈업을 해서 보여주는 컷이 대략 X2 이상 들어가있었던 용서 안되는 연출과 함께, cg가 분명했던 그 병풍들말이다.

왜 아프리카 전사들은 병풍이어야 했는데?!! 벨기에 용병들과 싸우려고 왔으면 한번 쯤은 붙어주는 게 도의상, 관객들에게 보여줄만한 의리상 한번 정도는 나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모든 악당들을 쳐부수는 건 실제로도 북구혈통 배우인 타잔 몫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도 피부가 새하얀 게 너무 고운 그 분이 원맨쇼하고 끝이다. '친구'들은 그냥 친구일뿐이고 실제로는 도움 안되었던 경험이라도 반영하고 싶었던 건가.

그리고 영화랑 크게 상관없을 것 같은 내용이지만, 타잔이 본 최초의 인간이 제인이라는 식의 언급을 롬이 하는 것 같았는데(혹시 최초의 여자였던가) 그 전에 망가니를 성인식때 사냥했던 움봉가 추장 종족들은(사실 족장이 언급하고 과거회상 나오기 전엔 걔네들인 줄도 몰랐음) 인간 취급을 안 했다는 건지, 아프리카 여자들은 타잔이 18살 되기 전엔 정글에 발도 안 들여놓았던 건지 궁금했다.


결론. 타잔은 매우 보기 좋았고 제인도 보기 좋고 사무엘 잭슨과 크리스토프 발츠와 지몬 한수는 믿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아니었다. 이 영화도 움직이는 화보 취급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결론 하나 더. 정글 코끼리 씬은 3D 모델들 복붙한게 너무 티났다. 이렇게 티나는 영화는 처음본다. 보통 복붙하면 각도라도 돌려주는데 이건 똑같은 모델링을 똑같은 각도에 거의 변함없는 각도의 광원으로 비춰줄 만큼 성의 없다. 코끼리 머리와 귀 부분 요철이 정말 똑같은 명암으로 떨어져서 무서울 정도다. 클론 코끼리떼가 정글에 나타났다고, 이거 사실은 SF였다는 전개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정글북을 보고 나서 보면 동물들 CG가 무섭게 티난다. 정글은 말할 것도 없고.


참, 기차에 히치하이킹 하는 장면의 속도감 있는 연출을 보다 보면 덩굴(?)이 몇백 미터는 되는 것 같다. 나무가 얼마나 높아야 하려나.